‘모든 걸 다 하는 사람’이라는 오해와 현실
“교사분이 사진도 찍으시고 청소도 하시고, 회계도 하시네요?”
신입 부모가 처음 어린이집을 둘러보며 던진 말이다. 아마 많은 보육 현장 교사들이 속으로 이렇게 되뇔 것이다.
“그쵸… 다 합니다. 정말 다요.”
보육교사의 업무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보육계획안 작성, 부모 상담, 아동 관찰일지 기록은 기본이고, 요즘은 SNS 운영, 행사 포스터 디자인, 심지어 시설점검 접수까지 교사의 몫이 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직무 외 업무’로 인식되지 않고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교사,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나?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보육사업안내』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주된 직무는 다음과 같다.
- 영유아 보육 및 교육 활동
- 생활지도 및 놀이 제공
- 부모와의 의사소통 및 상담
- 아동 발달 평가
- 보육 일지, 관찰 기록 작성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 교사들이 하는 일은 이보다 훨씬 방대하다.
한국보육진흥원 설문조사(2023)에 따르면 교사들은 하루 평균 업무 중 38%만을 아이들과의 직접 활동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서류, 청소, 행사 준비, 외부 평가 대응, 시설관리 등의 행정업무로 채워진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 대해 한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교사는 아이들만 보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소모품주문부터 회의록 작성, 시설 점검 신청까지... 때론 제가 시설관리자인가 싶어요.”
직무 외 업무는 왜 생겨날까?
보육교사들이 본래 역할 외의 일까지 떠맡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담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 청소 도우미가 없어 교사들이 화장실, 복도 청소를 직접함
- 사무직원이 없어 공문, 정산업무, 결의서 작성까지 교사 몫
- 미디어 담당자가 없어 교사가 수업 후 사진 촬영·편집·SNS 업로드
- 안전관리 인력이 없어 소방훈련 매뉴얼, 피난계획 수립도 교사가 작성
이는 단순히 '도움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직무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교사의 전문성과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문제다.
부모의 오해와 교사의 내면 피로
문제는 이런 상황이 부모들에게도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교사는 늘 바빠 보이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왜 우리 아이에게 충분한 피드백이 없는가’, ‘공지 전달이 늦다’는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사진은 매일 올라오는데, 활동 내용 설명이 부족해요.”
“오늘 있었던 일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이런 요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그 ‘사진’ 하나를 올리기 위해 교사가 얼마나 많은 일을 병행하고 있는지는 종종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교사는 업무는 과중하고, 부모는 만족스럽지 않은 기형적인 구조가 계속된다.
선진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OECD 유아교육 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등은 보육시설에 사무행정 및 지원인력을 배치하여, 교사들이 오로지 교육·보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 역시 유아교육기관에 ‘지원 스태프’를 두어 교사들이 수업자료 외 작업을 떠맡지 않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들어야 어린이집에 보조교사, 대체교사 등의 인력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교사는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제는 ‘업무 경계선’ 설정이 필요하다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교사가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1순위다. 그러기 위해선 교사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 교사의 본래 직무와 외부 지원이 필요한 직무를 구분하고
- 원장, 사무원, 행정도우미, 청소인력 등의 지원 구조를 재편성하며
어린이집 운영비에서 ‘행정 인건비 항목’을 인정하는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보육교사가 ‘모든 것을 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금 우리는 교사의 직무 경계에 대해 다시 말할 때이다.보육교사는 아이들과 하루를 온전히 보내며, 감정의 소모와 육체적 피로가 동시에 찾아오는 직업이다
여기에 “서류 제출 마감은 오늘 오후까지입니다”라는 메시지까지 반복된다면,
아이에게 쏟아야 할 에너지마저 희미해잘수있을까 염려된다
우리는 이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교사의 진짜 일이 무엇인지, 교사가 아이 곁에 있다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육교사가 '모든 것을 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보호받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제는 제도와 행정, 사회가 교사의 편에 서야 할 때입니다.아이를 향한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교사라는 직업이 가치 있는 전문성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지금, 모두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예비 교사들이 이 일을 꿈꾸며 설레는 이유가,
단지 '서류를 잘 처리해서'가 아니라,
아이 한 명 한 명의 삶에 따뜻한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라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선생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예비보육교사> 실습 중 – “아이 옆에 선다는 것, 말보다 마음입니다” (0) | 2025.07.14 |
---|---|
보육교사 , 변화를 향한 첫 걸음 - 처우개선 (0) | 2025.07.12 |
담임 선생님이 출산 후 육아휴직을 한다네요! (0) | 2025.07.08 |
"아...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이 임신을 했데요~" (0) | 2025.07.08 |
‘이 일, 참 괜찮다.’-내가 매일 어린이집에 출근하는 이유 (0) | 2025.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