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선생님 왔다!”
아이들이 교실 문을 바라보며 동시에 외칩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단지 평소처럼 원장이 교실에 인사하러 들어왔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아이와 원장 사이에 쌓인 신뢰를 보여주는 소중한 단면입니다.
우리는 종종 어린이집 원장의 역할을 ‘운영자’, ‘관리자’로만 국한하지만,
사실 원장은 아이에게도 분명히 느껴지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더 정직한 방식으로 신뢰를 표현합니다.
1. 눈높이에 맞는 말과 몸짓 – 아이는 ‘느끼는 신뢰’를 기억합니다
영유아는 언어로 복잡한 감정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편안한 사람과 경계하는 사람을 정확히 구분합니다.
좋은 원장은 아이에게 다가갈 때 자연스럽게 무릎을 굽힙니다.
눈을 맞추고 천천히 말합니다.
“00야, 오늘 기분이 어때?”
그 말투는 급하지 않고,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영아들은 ‘신체의 안정감 있는 움직임’과 ‘일관된 목소리 톤’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2023).
즉, 아이는 언어보다 몸과 분위기를 통해 신뢰를 판단합니다.
좋은 원장은 자신의 감정 상태가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
항상 부드럽고 단정한 에너지를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2. 반복적인 만남 속에서 생기는 익숙함 – ‘매일 보는 얼굴’의 힘
아이들에게 신뢰는 ‘설득’이 아닌 ‘반복’에서 생깁니다.
아침마다 교실에 들러 인사를 건네고,
하루에 한 번씩 교실을 둘러보며 눈인사를 나누고,
행사나 간식 시간에는 아이들 옆에 살짝 앉아보기도 합니다.
이런 작은 반복은 아이에게 큰 메시지를 전합니다.
“저 선생님은 나에게 관심이 있어.”
“저 얼굴은 낯설지 않아.”
실제로 아이들은 익숙한 어른에 대해 더 안정적인 애착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육아정책연구소, 2022).
좋은 원장은 눈에 띄는 행위보다, 사소하지만 반복적인 존재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3. 불안한 순간에 나타나는 사람 – 위로의 상징이 되는 존재
낯선 외부 강사 수업이 있는 날,
어린이집 첫 등원에 낯선 교실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
친구와의 다툼 후 속상한 얼굴로 구석에 앉아 있는 유아…
이럴 때 좋은 원장은 아이 곁에 조용히 다가가 앉습니다.
“많이 속상했구나.”
“여기 앉아도 될까?”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조금씩 눈물을 멈춥니다.
원장은 모든 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고,
그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기억합니다.
불안할 때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사람,
아이에게 그런 ‘존재감’을 주는 것이 바로 좋은 원장의 특징입니다.
4. ‘나도 소중한 사람이구나’라는 감정 – 아이는 존중받을 때 안정감을 느낍니다
아이의 의견을 물어본 적 있나요?
간식을 고를 때
자리에 앉을 때
작은 작품을 만들고 “이거 봐주세요”라고 할 때
좋은 원장은 아이의 말과 행동을 그저 받아 넘기지 않고 반응합니다.
“정말 멋지게 만들었네! 여기 빨간색으로 칠한 이유가 있어?”
“이거 네가 만든 거야? 선생님도 하나 만들어도 돼?”
이러한 상호작용은 아이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을 심어줍니다.
그 감정은 아이에게 정서적 안전기지가 되고,
나아가 아이가 또래 관계에서도 존중과 배려를 배울 수 있는 기초가 됩니다.
5. 좋은 원장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탐색하는 작은 여행자들입니다.
그 여행이 편안하고 즐겁게 느껴지려면, 옆에서 함께 걷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좋은 원장은 아이를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속도로 함께 걸으며 옆에 있어주는 사람입니다.
아이에게 좋은 원장은
- 자주 보이는 익숙한 얼굴,
- 기분을 알아봐 주는 사람,
- 칭찬하고 기다려주는 어른,
- 아플 때 무릎을 내어주는 손길입니다.
이것은 설명이나 훈육보다 훨씬 강한 방식으로
아이의 마음에 ‘신뢰’라는 뿌리를 내리게 합니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는 사람 – 아이가 믿는 원장의 얼굴
어른의 기준으로만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면,
아이의 마음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속도, 눈높이, 감정에 귀 기울이는 원장이라면,
말을 배우기 전부터도 아이는 그 원장을 알아보고 반깁니다.
아이들은 ‘좋은 원장님’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웃고, 다가가고, 안깁니다.
그리고 그 행동 하나하나가,
그 원장이 진심으로 아이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좋은 원장은,
아이에게 가장 먼저 기억되는 어른이자, 세상을 향한 첫 신뢰의 통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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