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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이야기

좋은 원장은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기타종사자(조리사, 연장교사, 보조교사)가 느끼는 신뢰의 기준

어린이집에는 담임교사 외에도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길이 함께합니다.
조리사, 연장보육교사, 보조교사, 청소와 시설관리, 행정지원까지.
이들은 모두 아이의 하루를 안전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일원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때로는 소외된 내부 구성원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분들은 어떤 원장을 신뢰할까요?
직급이나 역할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그들은 “우리 원장님, 진짜 괜찮은 분이야”라고 말합니다.

조리사와 소통하는 원장



1. ‘이름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존중

“원장님이 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셨을 때, 그날 하루가 다 따뜻했어요.”
한 어린이집 조리사의 말입니다.

수십 명의 아이 이름은 물론, 담임교사에 비해 대면 기회가 적은 조리사나 보조교사.
이들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고, 직무가 아닌 사람으로서 기억해주는 태도,
그 작은 존중이 신뢰의 시작이 됩니다.

좋은 원장은 ‘조리사 선생님’, ‘연장쌤’이 아닌,
“홍길순 선생님, 오늘 급식 너무 맛있었어요!”,
**“미정선생님 덕분에 아이들 저녁 시간에 웃음이 가득했어요”**라고 구체적으로 인사합니다.


이런 순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서,
존재 자체가 존중받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2. 역할을 이해하고 인정할 때 생기는 신뢰

연장교사나 보조교사들은 종종 담임교사의 업무 공백을 메우는 ‘백업 인력’으로만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분명히 전문적이며, 아이들의 정서와 안전을 위한 중요한 축입니다.

한 연장교사는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다 지쳐 있는 저녁 시간에, 놀이를 유지하고 갈등을 중재하고, 부모님을 기다리는 일은 체력과 감정노동이 정말 커요.
그런데 원장님이 ‘저녁이 가장 힘든 시간이에요. 정말 감사해요’라고 말씀해주시니,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좋은 원장은 보이지 않는 고됨을 알아보고,
“당연한 일”로 넘기지 않고 공감과 인정의 말을 전할 줄 압니다.
그 말 한마디가 곧 신뢰로 연결됩니다.

3. 업무를 단순 분장하지 않고, 협력하는 파트너로 대하는 태도

보조교사와 조리사들은 때로는 **‘시켜야 할 사람’**처럼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좋은 원장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 아이 한 명이 알레르기 있는 식재료가 있을 때, 조리사와 상의하여 대체 식단을 조율하고,
  • 교사 휴가 기간에 보조교사가  분투할 때, 정서적 지지를 아끼지 않으며,
  • 연장보육시간에 놀잇감 문제가 생기면, 함께 해결책을 고민합니다.

이런 협력은 단순한 명령과 지시가 아닌, “동등한 동료로 대한다”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자부심을 느끼며 오래 머뭅니다.

 

4. 작은 배려, 큰 울림 – 근무환경을 고려하는 리더십

조리실은 종종 외부와 단절된 구조 속에 놓여 있습니다.
보조교사는 독립된 교실이 없고, 연장교사는 종일반과 혼재된 교실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좋은 원장은 이러한 환경의 특수성을 인지하고 작은 배려를 실천합니다.

  • 조리사에게는 급간식 업무 외  압박을 줄이고,
  • 연장교사에게는 놀이 교구를 충분히 배치하며, 늦은 보육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 보조교사에게도 연간 연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며,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합니다.

또한, 선물이나 행사 시 감정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조리사·기타종사자도 빠짐없이 챙기며,
“모두가 팀”이라는 철학을 몸소 보여줍니다.

5. 감사와 칭찬을 숨기지 않는 원장 – 누구나 인정받고 싶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선생님 덕분에 오늘 하루 아이들이 무사했어요.”
“우리 어린이집은 조리 선생님이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이러한 말은 많은 기타종사자에게 자존감을 지켜주는 마디입니다.
실제로 전국보육교직원노동조합의 2023년 보고에 따르면,
기타종사자 중 48.2%는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좋은 원장은 사람을 먼저 기억합니다.
직책보다 이름을, 실수보다 수고를,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합니다.
이런 원장이 있는 조직은 서로를 위로하며 오래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누가 아이를 지키고 있습니까? 모두입니다.

아이 한 명의 하루가 평온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손길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존재가 바로 좋은 원장입니다.

  • 소외된 이 없도록
  • 공평하게 존중받도록
  • 함께 일하는 모두가 ‘사람답게’ 일할 수 있도록

좋은 원장은 아이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아이를 둘러싼 모든 어른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진짜, 신뢰받는 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