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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이야기

7월, 어린이집에 워터파크가 옵니다 . 물놀이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 교사의 하루는 ‘수고’로 가득 찼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이 물방울처럼 튀는 시기. 바로 물놀이 시즌입니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소리를 지르고, 뒹굴며, 또래와 함께 감각을 깨우고 세상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물놀이가 ‘즐거움’이라면, 그 즐거움 뒤에는 교사들의 ‘준비된 하루’가 있습니다.
이 글은 교사의 시선에서 본 물놀이 준비부터 마무리까지의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부모님에게는 새로운 이해와 감사를, 선생님들에게는 따뜻한 공감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어린이집에서의 물놀이

 

1. 물놀이는 ‘놀이’가 아닌 하나의 교육입니다

보건복지부의 ‘표준보육과정’에 따르면 물놀이는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신체운동, 탐색, 사회성, 정서 발달을 모두 담은 통합놀이입니다. 차가운 물, 미끄러운 바닥, 물총의 감각은 아이들에게 세상의 규칙을 배우는 작은 체험이 됩니다. 실제로 유아기 물놀이는 감각 통합 장애 예방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한국아동교육학회, 2022).

하지만 이 ‘한 시간의 활동’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교사들은 며칠 전부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철저히 계획을 세웁니다.


2. 교사들의 준비는 몇주전부터 시작됩니다

- 놀이 동선 파악 / 안전구역 구성
놀이 전날 교사들은 야외 놀이터, 옥상 놀이터, 데크, 주차장 한켠 등 장소를 꼼꼼히 점검합니다. 아이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매트와 경계선을 설치하고, 양동이 물 무게까지 계산해 이동 경로를 설정합니다.

- 수질관리와 위생 소독
물을 틀기 전, 교사들은 수조를 깨끗이 닦고 락스 희석액으로 소독한 후, 잔여물이 남지 않게 헹굽니다. 이때 사용하는 소독 기준은 질병관리청과 육아종합지원센터의 가이드라인을 따릅니다.
물탱크 내부 청결도나 잔류 염소 측정 등, 실내 물놀이일 경우엔 더 복잡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 아이별 상태 확인 및 대비
아토피, 감기 증상, 상처, 귀염 등 개별 체크도 중요합니다. 이 정보는 보조교사와 함께 공유되어야 하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응급처치 키트도 항상 준비합니다.

3. 물놀이 당일 – 15분의 놀이는 교사에겐 3시간입니다

[ 물놀이 시작]
하지만 그 전, 교사들은 8시부터 움직입니다.

 

-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 마련
아이들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혼자 옷을 못 벗는 아이들을 도와야 하므로 체계적인 순서를 정합니다.

 

- 자외선 차단제 도포
선생님 한 명이 아이 한 명씩 차단제를 발라주는 데만 최소 20~30분이 소요됩니다. 민감성 피부 아이는 로션 성분도 미리 확인해야 하죠.

 

- 보호자 준비물 점검
수영복, 수건, 속옷, 물안경, 방수 기저귀, 아쿠아슈즈 등 아이마다 다른 준비물을 확인하고, 누락 시 부모에게 전화하거나 대체품을 찾는 과정도 빠듯합니다.

4. 부모님이 몰랐던 교사의 마음

물놀이는 단순히 ‘놀이 시간을 지켜보는 일’이 아닙니다. 교사는 물에 젖은 수건을 계속 털어 말리고, 아이들의 체온 변화와 징징거림을 모니터링하며, 언제나 응급상황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 한 명이 울면, 나머지 10명도 줄줄이 흔들리는 영아반에서는 교사의 감정 조절이 핵심입니다.

더운 날, 물총을 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 마음이 말랑해지다가도, 갑자기 속상해서 우는 아이를 달래야 하고, 물이 눈에 들어갔다며 비명을 지르는 아이에게는 엄마처럼 달려가야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재밌었다고 하면, 모든 수고가 보람이 되죠.”
– 7년 차 유아반 교사 인터뷰 中

5. 물놀이 후, 진짜 일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 아이 씻기고 갈아입히기
놀이가 끝난 뒤엔 젖은 옷을 벗기고, 몸을 닦이고, 옷을 갈아입히는 데만 또 1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여기서 교사는 한 손에 물티슈, 한 손에 속옷을 든 채, ‘간호사+부모+심리상담사’의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 놀이 공간 정리 및 소독
물놀이 공간은 곧 다시 실내 놀이 공간이 되기 때문에, 물기를 제거하고 소독까지 마쳐야 합니다. 방수매트, 물놀이 도구, 튜브, 작은 풀장 등도 다음날을 위해 다시 정리합니다.

 

- 보육일지 작성과 부모 피드백
오늘 누구와 어떤 놀이를 했는지, 어떤 아이가 즐거워했고 어떤 아이가 어려움을 겪었는지 모두 기록합니다. 부모님께는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드리고, 필요시 전화 피드백도 진행합니다.


6. 부모님이 함께 해줄 수 있는 점

  • 준비물은 전날 꼼꼼히 챙겨 주세요
    수건, 수영복, 아쿠아슈즈, 여벌옷, 비닐백, 방수 기저귀 등은 미리 보내주시면 교사들의 아침 준비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 아이에게 물놀이에 대한 기대감을 주세요
    “내일 물놀이 한다더라?” 미리 이야기를 나누어 아이가 심리적으로 준비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 당일 피드백은 격려와 응원으로
    물놀이 후 사진을 보시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라는 한 마디는 하루 종일 물에 젖은 채 움직인 교사에게 커다란 위로가 됩니다.


물놀이 속, 아이는 자라고 교사는 헌신합니다

물놀이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닙니다. 교사들에게는 세밀한 계획, 집중된 에너지, 감정 노동이 모두 필요한 하루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도전하고, 친구를 도와주며, 신체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우리가 아이의 물놀이를 ‘단순한 체험’이 아닌 ‘교육의 한 과정’으로 바라볼 때, 보육 현장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교사의 수고는 더 깊이 이해받게 됩니다.

 

올여름 물놀이,
교사의 땀이 빛나는 그 시간 속에서
우리 아이는 ‘즐거운 배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