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선생님이 오늘은 나랑 그림 많이 못 그렸어.”
어느 날 아이의 말 한마디가 부모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이에게 서운함이 남은 하루.
하지만 그 하루는, 선생님에게도 마찬가지로 벅찬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교사는 여전히 아이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그 마음을 표현할 시간과 에너지는 각종 문서 업무 속에 갇혀버린다.
1. 교사의 하루는 '문서화작업'으로 시작해 '보고'로 끝난다
보육교사의 업무 시작은 아동 출결 확인 시스템 접속으로부터 시작된다.
건강 체크, 투약의뢰서 확인, 놀이 관찰, 급식량 기록, 특이사항 작성, 교사 간 협의록, 부모 소통 일지, 포트폴리오 정리까지...
모든 것이 '이다.
점심시간은 휴식이 아니다.
아이 식사 보조, 기저귀 교체, 교실 정리 후
남은 시간에 급히 보육일지를 정리하고 관찰기록을 작성한다.
서울시가 2024년 발표한 **「보육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 1인당 하루 평균 문서 작성 시간은 2.5시간,
한 달로 환산하면 50시간 이상을 '기록'에 쓰고 있다.
2. 왜 이렇게 문서가 많아졌을까?
보육은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서비스다.
운영의 투명성과 질 확보를 위해
다양한 기록과 보관 의무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17조
→ 어린이집은 보육과정, 아동 발달, 부모 소통 내용을 모두 문서로 기록하고, 3년간 보존해야 한다.
<주요 문서 항목>
- 보육일지, 관찰일지, 평가제 관련 보고서
- 아동별 발달기록, 개별 상담일지
- 행사 계획및 평가서, 환경구성 계획안, 회의록
- 안전점검표, 위생점검표. 급식점검표,등
보육교사는 점점 더 기록 관리자, 행정 서류 담당자가 되어가고 있다.
3. 집중력 분산은 교사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영향을 준다
문서 작업은 대체로 아이가 잠든 낮잠 시간이나,
아이들을 모두 보낸 퇴근 이후에 진행된다.
문제는 이것이 누적되며 교사의 정서적 피로감을 키운다는 점이다.
📊 서울대학교 간호대학(2023) 연구 발표:
- "보육교사의 정서적 소진은 아동의 사회성, 정서 안정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 "문서 업무가 많을수록 아이와의 상호작용 빈도가 감소한다."
즉, 아이를 위한 제도와 문서가 오히려 아이와의 관계를 방해하는 역설이 생기는 것이다.
4. 부모가 느끼는 미묘한 거리감
최근 부모들은 교사와의 직접 대화, 관심 표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현실은 다음과 같다
.
👩👧 부모 후기 중 일부:
“항상 뭔가 바쁘신듯하여 , 아이 이야기를 여쭤보기가 조심스러워요.”
“알림장은 활동 사진 위주고, 교사 피드백이 거의 없어요.”
이런 부모의 마음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교사 한 명이 수십 건의 문서를 처리하고 있는 현실이 있다.
5. 교사가 ‘아이 곁에 더 오래 머물게’ 하려면?
문제 해결은 단순하지 않지만, 분명한 방향은 있다.
✅ 문서 간소화
- 중복되는 기록은 하나로 통합
- 매일 작성 → 주간 요약 형태 전환
✅ 행정보조 인력 지원 확대
- 문서 정리, 출력 등은 별도 인력이 수행
-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서 ‘사무보조 인력 지원사업’ 시범 운영 중
→ 전국 확대 필요
✅ 시스템 통합
- 출결, 급식, 건강, 가정통신문 등 분산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
- 모바일 기반 앱으로 간편 서류업무 지원
교사에게 시간을 돌려주세요
보육교사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하루의 감정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그 시선은 컴퓨터 화면과 문서 폴더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대로 괜찮은가요?”
교사가 아이와 나눈 시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아이의 마음에 남는 관계와 신뢰이다.
교사가 다시 아이 곁에 온전히 머물 수 있도록,
그 시간을 회복할 제도적 변화와 사회적 논의가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는 보육의 가치를 문서로 증명하는 시대를 지나,
아이와의 ‘진짜 만남’을 보장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 시작은 교사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에서부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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