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고 싶다'는 말, 보육교사의 흔한 속마음
“아이들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매일이 버텨내기입니다.”
수많은 보육교사들이 매일 아침 ‘출근’이 아니라 ‘전장’에 나가는 기분을 안고 살아갑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중대재해처벌법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간과됐던 어린이집 내부의 교사 대상 재해도 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사의 퇴사는 개인의 약함으로 치부되고,
그 속에 담긴 제도적, 환경적 문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 글은 보육교사들이 왜 떠나는지를,
그리고 그 이유가 어떻게 ‘중대재해’와 맞닿아 있는지 밝히는 데 집중합니다.
보육교사 퇴사 사유 TOP 5
1) 끊임없는 감정노동과 부모 민원 – 정신적 재해의 시작
교사 A씨는 아이 간 다툼 이후 CCTV 열람 요청을 받은 학부모에게
**“어떻게 감히 다른 아이를 때리게 뒀냐”**는 언어폭력을 들었습니다.
해당 부모는 교육청 민원, 온라인 커뮤니티 비난글까지 이어가며 압박했고,
A씨는 결국 정신과 치료와 병가 후 퇴사했습니다.
- 이는 단순한 갈등이 아닌 정신적 중대재해에 해당됩니다.
-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저촉될 수 있음에도,
많은 어린이집이 이런 상황에 교사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2) 보조교사 없는 혼자 근무 – 과로와 책임의 이중고
“한 교실에 아이 10명이상, 선생님 1명. 휴식도, 교대도 없습니다.”
안전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하지만,
한 명이 모든 아이를 돌보다 보면 예방은커녕 대응도 어렵습니다.
- 이런 환경은 신체적 과로와 정서적 탈진,
더 나아가 업무상 질병 및 과로사 위험까지 증가시킵니다. - 중대산업재해에 해당될 수 있는 위험 구조임에도,
실상은 인력난이라는 이유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아동학대’ 프레임 – 고발과 소송의 두려움
“그날 아이 팔을 살짝 잡았던 것, 지금도 후회합니다.”
● 사소한 접촉도 '학대'가 되는 시대
보육현장에서는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
다른 아이의 안전을 위해 부득이하게 팔을 잡거나 몸을 고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CCTV에 찍히고,
그 영상이 학부모의 주관적 해석에 의해 전달될 경우,
교사는 순식간에 '학대자'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 실제 사례: 부산 ○○어린이집 사례 (2022년 보도됨)
5세 반 교사 C씨는, 수업 도중 의자에 앉지 않고 돌아다니는 아이의 팔을
손으로 가볍게 눌러 앉히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됐습니다.
이 장면을 본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고발했고,
경찰 조사, 교육청 감사, 언론 보도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3개월의 법적 공방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 사이 C씨는 극심한 우울증, 불면증, 퇴사라는 후유증을 겪었습니다.
“그 순간이 내 인생 전체를 뒤흔들었어요 아이를 지키려던 행동이 왜곡돼 내가 범죄자가 될 줄은 몰랐죠.”
● CCTV는 보호 수단이자 ‘이중 칼날’
많은 보육교사들은 현재 CCTV를 두려워하며 근무합니다.
아이의 얼굴이 카메라에 닿지 않도록 지나치게 신경 쓰고,
손을 뻗는 동작 하나도 ‘오해받을까 봐’ 조심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교육하고, 돌보는 과정은 언제나 유동적이고 긴박합니다.
CCTV는 맥락 없는 ‘장면’만 보여줄 뿐,
감정, 상황, 아이와의 관계적 맥락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 아동학대처벌법 적용의 문제점
2020년 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은
“정서적 학대, 신체적 접촉”에 대해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신고자 보호와 공익성을 우선합니다.
그러나 이 법은 일부 악의적 민원에 의해
'무분별한 고발 → 수사 착수 → 교사 낙인'의 악순환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 수사 중에도 무죄 추정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음
-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대기발령, 교체, 명단 공개 등 교사 불이익 다수
- 무혐의 이후에도 복직 및 명예 회복 어려움
● 보육교사들의 현실적인 반응
- “아이에게 말을 세 번 반복하기 전에 손을 못 뻗겠어요.”
- “몸이 먼저 반응하면, 바로 후회가 밀려와요.”
- “아이를 안아줄 수도 없는 현실, 마음이 가장 아픕니다.”
●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
교사가 학대를 저질렀다면 반드시 엄정히 처벌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수나 오해를 '범죄'로 취급하는 문화는 교사의 존재 자체를 위축시키고,
결국 아이의 성장 환경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제안되는 개선방안
- 아동학대 관련 CCTV 해석 시, ‘관계적 맥락’ 고려 가이드라인 마련
- 신고 이후 무혐의 시, 교사 명예회복 조치 의무화
- 민원 고발 시 기관 내부 중재 절차 의무화
- 정서적 훈육과 학대의 구분 교육
- “보육교사는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며,오히려 방임하거나 무관심한 교사가 더 큰 문제입니다. 잘못된 시스템은 이들을 ‘피의자’로 만들고,아이의 삶에 더 큰 상처를 남깁니다.” 김지은 (육아정책연구소, 보육현장법제 전문가)
원장·관리자의 미온적 대응 – 중대재해 이후의 방치
중대재해 발생 후 보호가 아닌 책임 전가.
“아이 다친 거, 왜 선생님이 제대로 못 봤어요?”
“당장 진술서 쓰고, CCTV 제출하세요.”
이처럼 원장과 운영 주체가 사건을 덮는 데만 급급하다 보면
교사는 법적, 사회적 압박에 노출되며 이직 또는 퇴사로 이어집니다.
- 사업주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음
- 하지만 보육 분야는 여전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제외 논란이 큽니다
일상의 ‘위험’이 일상이 된 공간
아이의 돌발 행동, 놀이터의 미끄러운 바닥, 전염병 확산,
이 모든 것이 교사에게는 일상적 스트레스이자 ‘잠재적 재해’ 요인입니다.
- 하지만 체계적 매뉴얼, 지원 시스템은 미비한 경우가 많습니다.
- 중대재해로 발전 가능한 위험요소에 대해 교사들은 스스로 대처해야 합니다.
퇴사를 막기 위한 현실적 대안
보육교사의 퇴사를 줄이는 것은 단순한 인력 보충 차원이 아닙니다.
아이의 안정적 양육 환경을 지키기 위한 핵심 과제입니다.
특히 ‘중대재해’ 관점에서 교사의 퇴사는 위험관리 실패의 결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1. 교사를 위한 'CCTV 열람 가이드라인' 법제화
현재 많은 어린이집에서는 CCTV 열람 요청 시
교사가 아무런 보호 없이 상황 설명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도입 제안:
- 열람 요청 시 반드시 원장, 제3자 동석 의무화
- 영상 제공 전 ‘맥락 설명서’ 첨부 필수
- 교사 무단 열람 방지 조항 추가
📌 이러한 장치는 교사를 보호하고, 민원 남용을 막는 효과를 가집니다.
2. 정기적인 감정노동·심리상담 지원 체계 도입
보육교사는 지속적인 감정노동과 위협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대부분의 기관은 별도 케어 시스템 없이 자율 복귀를 요구합니다.
도입 제안:
- 분기별 교사 심리 상담 제공 (지자체 위탁 서비스 활용)
- 스트레스 자가진단 프로그램 도입
- 위기 시 빠르게 쉴 수 있는 ‘멘탈 휴가’ 제도 마련
🧠 감정을 다스릴 여유는, 아이를 다정하게 대할 수 있는 기초 체력입니다.
3. ‘학부모 민원 대응 전담자’ 지정 의무화
현재 민원 대응은 교사나 원장이 일선에서 모두 맡고 있어
감정적 충돌, 책임 전가, 위축의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도입 제안:
- 어린이집별 민원 전담 매니저 1인 지정
- 신고 → 청취 → 조정 → 결정 단계 프로세스 매뉴얼화
- 교사는 민원 조정 ‘참고인’으로만 참여
🛡️ 보육교사는 ‘교육자’이지 ‘클레임 처리자’가 아닙니다.
4. 보조교사 인력 확충을 위한 정부지원 확대
1인 보육은 중대사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교사의 육체적·정신적 탈진을 가속화합니다.
도입 제안:
- 보조교사 1인당 정부 인건비 보조금 상향
- 장기근속 보육교사 대상 ‘보조교사 우선 배치’ 혜택 제공
- 교실당 최소 2인 체제를 법제화
💡 인력 충원은 단순히 ‘도움’이 아니라, ‘필수 안전장치’입니다.
5. 무혐의 교사에 대한 명예회복 및 복귀 지원 시스템 마련
수사 종결 후 무혐의 판결이 나더라도
교사는 다시 그 교실로 돌아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도입 제안:
- 무혐의 확인 시 공식 명예회복 서신 발송
- 복귀 후 1개월 간 심리 상담 및 업무 재조정 기간 부여
- 교직 경력 공백 인정 및 가산점 적용
🏥 진짜 회복은 ‘수사 종료’가 아니라 ‘사람의 회복’으로 완성됩니다.
6. 어린이집 ‘중대재해 리스크 진단 프로그램’ 정례화
사전 예방이 가장 확실한 보호입니다.
보육기관도 정기적으로 리스크를 진단하고,
조기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가져야 합니다.
도입 제안:
- 중대재해 진단 체크리스트 분기별 제출 의무화
- 외부 전문가 점검 프로그램 연 1회 이상 필수
- 위험도에 따른 컨설팅 및 인센티브 제공
📋 “문제가 생기면 고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생님의 퇴사가 아닌, 우리가 떠나야 할 것은?
선생님이 떠나는 이유는 아이들이 미워서가 아닙니다.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구조, 그들의 상처를 외면하는 사회, 그 책임은 모두 우리에게 있습니다.
사랑을 주는 사람이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나라라면, 그 아이를 돌보는 교사의 퇴사를 당연시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아이가 따뜻한 돌봄을 받기를 원한다면,
그 돌봄의 손길을 내미는 교사에게
이제는 사회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교사의 퇴사는 개인의 선택이 아닙니다.
그들의 퇴장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곧 아이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주는 사람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우리 아이도 진짜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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