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세계’를 이해하는 첫걸음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는 2020년에 출간된 에세이로, 독서 교육 현장에서 어린이들과 호흡하며 지낸 작가가 아이들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사랑을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전직 아나운서라는 커리어를 접고 어린이책방 ‘책발전소’를 운영하며,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생생한 경험을 이 책에 풀어놓는다.
나 역시 어린이집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교육자로서, “어린이”를 단지 ‘작은 사람’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그들만의 고유한 세계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 속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핵심 메세지 – ‘어린이도 하나의 온전한 세계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어린이는 아직 미성숙한 어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하나의 온전한 존재이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김소영은 어른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를 지적한다. 아이들을 ‘키워야 할 대상’, ‘가르쳐야 할 미완의 존재’로 보며, 그들의 말과 행동을 종종 가볍게 넘기거나 통제하려 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반대다. 아이들의 말 속에는 분명한 논리가 있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고유한 통찰이 있다. 다만 그것이 어른의 언어와 방식과 다를 뿐이다.
그렇기에 아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른의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아이의 자리에서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연습이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그 연습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를 따뜻하고 조용하게 안내한다.
인상 깊었던 가르침과 실제 사례
1️⃣ “어린이의 말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진심이다”
책에는 한 어린이가 책방에서 책을 다 읽고 나서 말한 문장이 나온다.
“이 책은 나를 아프게 했어요. 하지만 좋아요.”
이 말이 얼마나 깊은지를 생각해보았다. 어른이라면 쉽게 할 수 없는 표현이다.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는 것, 좋아하면서도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이 어린이는 직관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장면은 교사로서 내가 아이들의 발화를 얼마나 자주 ‘단순하게’, 혹은 ‘귀엽게’ 소비해왔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말이 서툴러 보여도, 그 속에는 감정의 진실이 담겨 있다. 아이가 말을 꺼낼 때, 그것이 짧든 엉성하든 그 진심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어른의 역할임을 깨달았다.
2️⃣ “아이들은 이야기로 세계를 이해한다”
작가는 다양한 독서교실 사례를 통해, 아이들이 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정리하고, 이야기 속 인물에 감정을 투사하며 치유를 경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예로, 어떤 어린이는 책 속의 슬픈 장면을 읽고 눈물을 참지 못한 채 말했다.
“이거 진짜 나 같은 이야기예요.”
이런 반응은 단순히 독서 활동의 결과가 아니다.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자기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아이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서나 놀이, 질문의 순간을 통해 아이의 내면이 반영될 수 있도록 ‘경청의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느꼈다.
개인적인 통찰과 실천 방안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은 ‘아이의 말을 듣는 방식’이었다.
이전에는 “그건 안 돼”, “왜 그런 말을 해?”라고 판단하거나 중단시키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그 마음은 어떤 느낌이었을까?”라고 물으며 대화를 열어보려 한다.
또한, 실생활에서 아래와 같은 적용을 시작했다.
- 아이의 말 한 마디를 ‘생각의 출발점’으로 간주하기
→ 대화의 ‘교훈’보다 ‘탐색’에 중심을 둔다. - 책 읽기 시간에 단순한 줄거리 질문보다 감정 중심의 질문을 활용하기
→ “이 장면에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이 인물과 친구가 된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어?” - 아이의 침묵이나 반복되는 행동도 ‘의미 있는 표현’으로 받아들이기
→ 때론 말보다 행동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에.
서평 요약: 장단점, 추천 대상, 세 줄 정리
✅ 장점
- 어린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섬세하게 점검하게 만든다
- 작가의 실제 경험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생생하고 설득력 있다
- 현장 교사, 부모, 교육 관계자 모두에게 필요한 감수성 제공
❗단점
-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담담한 문체라 ‘극적인 구성’을 선호하는 독자에겐 밋밋할 수 있음
- 에세이 형식이라 구조적으로 정리된 정보나 지침을 기대하는 독자에겐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음
🎯 추천 대상
- 아이를 이해하고 싶은 부모, 교사, 예비교사
-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분
- 어린이를 하나의 ‘존재’로 바라보는 감수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모든 어른
📌 세 줄 요약
- 『어린이라는 세계』는 어린이를 하나의 온전한 세계로 바라보는 시선을 제안한다.
- 아이의 말과 감정에 귀 기울이는 법, 함께 세계를 바라보는 감수성을 일깨워준다.
- 아이 곁에 있는 모든 어른이 한 번쯤 꼭 읽어야 할 ‘인간적인 교육서’다.
“아이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 아이가 살아가는 세계에 들어갈 준비부터 하라.”
『어린이라는 세계』는 우리가 너무 쉽게 지나쳤던 아이의 말과 눈빛, 망설임과 울음을 다시 바라보게 해준다. 어른의 틀에서 벗어나 아이의 자리에서 세상을 다시 보는 법. 그 출발점이 되어줄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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