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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기록은 아이를 다시 만나는 길 – 『기록작업을 통해 다시 만난 어린이』 서평

책 제목: 『기록작업을 통해 다시 만난 어린이』
저자: 한솔어린이보육재단 교육연구소
초판 발행: 2023년
출판사: 한솔어린이보육재단
주제: 보육 현장에서의 기록의 의미와 실제 사례

기록작업을 통해 다시 만난 어린이 . 한솔어린이보육재단 교육연구소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



개정누리과정에서는 더욱더 아이들의 놀이와 기록을 강조합니다.
보육 현장에서 '기록'은 교사들에게 일상입니다. 하지만 그 일상은 때로는 피로하고, 때로는 형식적인 업무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평가제, 부모 상담, 누리과정 관찰일지 등 문서로 가득한 현실에서 ‘기록’의 참된 의미는 자주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기록작업을 통해 다시 만난 어린이』는 그런 우리에게 묻습니다.

기록은 지금 누구를 향해 쓰고 있습니까?”

그 질문에 귀 기울이며, 이 책을 통해 기록이 단순한 문서 작업이 아닌, 아이와 교사가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되는 '관계의 기술'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핵심 메시지


이 책은 보육 현장에서 기록이 왜 중요한지를 기술적 설명이 아닌, 실제 사례와 성찰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핵심 메시지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기록은 아이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관찰한 행동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아이의 의도와 감정을 읽어내는 과정입니다.


둘째, 기록은 교사의 성장을 이끄는 도구입니다.

기록하면서 교사는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 해석하는 틀, 교육관을 되짚게 됩니다.


셋째, 기록은 팀 내 협업과 부모와의 신뢰를 이끄는 매개체입니다.

동료와 나눈 기록 한 줄이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부모에게 전하는 기록 하나가 아이에 대한 진심을 전달하게 됩니다.

 

인상 깊었던 사례 – 놀이 속 아이의 삶을 읽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한 유아가 반복해서 블록으로 ‘지붕 있는 집’을 짓는 장면을 교사가 기록하며, 그 놀이의 의미를 해석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처음엔 흔한 쌓기 놀이였지만, 반복되는 구성과 재료 선택, ‘문’과 ‘지붕’이라는 구조물에 집중하는 행동을 통해 교사는 질문을 시작합니다. “이 아이에게 집은 어떤 상징일까?”

기록을 통해 밝혀진 것은, 아이의 가족 내 환경 변화와 정서적 불안이 놀이에 반영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놀이가 아이의 마음이라는 말을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기록은 그 마음을 구체적으로, 실제적으로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사례를 읽으며, 과거 제가 경험한 일이 떠올랐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그림 한 장, 반복된 역할놀이 하나하나가 아이의 내면 언어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의 후회가 떠올랐고, 기록이라는 창을 통해 아이를 진심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실생활 적용 – 기록의 질을 높이는 세 가지 팁


첫째, 기록을 시작하기 전 ‘왜 이 장면이 인상 깊었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단순한 기술적 메모가 아니라, 아이의 행동과 감정, 상호작용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고가 기록의 질을 바꿉니다.

둘째, 기록은 이야기여야 합니다. "00이가 00을 했다"로 끝나는 문장이 아니라, “왜 그렇게 했는지, 무엇을 느끼는지”를 담아내는 문장으로 구성하면, 아이의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셋째, 기록은 나눌 때 빛이 납니다. 동료 교사와의 기록 공유는 관점을 확장시켜주고, 부모 상담 시에도 막연한 인상이나 감정이 아닌, 근거 있는 전문적 피드백으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책의 장점과 단점, 추천 대상


장점

  • 실제 현장의 기록 사례를 생생하게 풀어내어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움
  • 기록을 통해 교사 자신의 교육철학을 성찰하게 만드는 구조
  • 팀 보육과 부모 소통에 기록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줌

단점

  • 기록 양식이나 문장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은 부족하므로, 실용 매뉴얼을 원하는 독자에겐 다소 아쉬울 수 있음
  • 기록을 처음 접하는 초임교사에겐 사례의 해석이 약간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음

추천 대상

  • 기록을 어려워하거나 피로하게 느끼는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 보육 교사로서 성장하고 싶은 중견 교사 및 예비 교사
  • 팀 회의, 부모 상담, 평가제에서의 기록 활용에 관심 있는 교육기관 관계자

세 줄 요약


『기록작업을 통해 다시 만난 어린이』는 기록을 통해 아이와 교사가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조명한 책이다.
기록은 단순한 문서 작성이 아니라, 해석과 성찰, 소통을 위한 깊은 교육적 행위임을 강조한다.
보육현장의 모든 기록이 아이의 목소리를 담는 진짜 교육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이들에게 권한다.

 

현장의 선배 교사로서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기록은 때로 교사의 시간을 갉아먹는 부담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기록은 단순히 '남기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바라보는 방식의 기록'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

선배 교사로서 기록을 의무로만 대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기록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더 섬세하게 읽을 수 있게 된 지금, 저는 이 책이 그런 전환점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아이의 한 마디, 짧은 행동 하나를 적어보며 "왜 이런 표현을 했을까?"를 묻기 시작할 때, 우리는 더 나은 교사가 됩니다. 그 물음에서 시작된 기록은 아이를 이해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팀과 부모와의 신뢰를 쌓아가는 힘이 됩니다.


『기록작업을 통해 다시 만난 어린이』는 기록을 처음 시작하려는 교사에게도, 기록의 의미를 다시 붙잡고 싶은 중견 교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 아이의 삶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싶은 모든 보육인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