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어제 아이가 울었다고 하던데 왜 말 안 해주셨어요?”
“왜 다른 반 선생님은 사진을 자주 올리는데 우리 반은 없나요?”
“제가 부탁한 건 왜 안 들어주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린이집 원장이라면, 이와 비슷한 문의를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합니다. 보육의 최전선에는 교사들이 있지만, 그 교사들과 부모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책임은 결국 원장의 몫입니다. 때로는 오해를 풀고, 때로는 정책을 설명하고, 때로는 위로를 건네야 합니다. 원장은 행정의 책임자이자, 관계의 조율자입니다.
왜 소통이 어려울까요? – 서로 다른 입장과 기대의 간극
보육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아이의 성장을 중심으로, 가정과 기관이 함께 책임을 나누는 공동의 작업입니다. 그러나 이 책임의 무게를 다르게 느끼고, 그 해석이 다를 때 오해는 싹트기 쉽습니다.
🔸 부모의 기대: ‘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주는 선생님’,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교사’, ‘즉각적인 피드백과 대응’
🔸 현장의 현실: 다수의 아이를 동시에 돌보아야 하는 물리적 여건, 급박한 하루 속에 기록과 의사소통을 병행하는 한계, 공정성과 균형을 지켜야 하는 교사의 입장
이러한 차이는 감정의 불균형으로 드러납니다. 부모는 서운함을 느끼고, 교사는 억울함을 느끼며, 그 중간에서 원장은 조율자의 고충을 끌어안습니다.
통계로 보는 부모-교사 소통의 현실
2023년 한국보육진흥원에서 발표한 ‘보육교직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63.2%**가 ‘부모와의 소통에서 감정적 소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원아 1인당 부모 요청사항 처리 시간이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인 곳도 34%에 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교사와 원장이 감정적으로도 소진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부모님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은 바쁜 일상 속에서 늘 중심 고민이기 때문입니다.
사례로 본 갈등의 실타래
사례 1
한 부모님은 자녀가 낮잠을 자지 않고 논다고 했다는 이유로, “제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요?”라며 교사에게 반복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교사는 충분히 설명했지만, 부모는 불안함에서 비롯된 질문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결국 원장이 직접 전화를 통해 ‘아이마다 리듬이 다르며, 이는 문제 행동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오해를 풀었습니다.
사례 2
‘사진 공유 빈도’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면서, 한 반 교사가 사진 업로드에 스트레스를 받아 퇴사를 고려한 일이 있었습니다. 부모는 ‘우리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소외감을 느꼈지만, 교사는 ‘아이들과 놀다 보면 사진을 놓치게 된다’는 죄책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원장은 이후 반별 ‘사진 업로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교사와 부모 모두의 부담을 줄였습니다.
원장의 대응 – ‘ 관리자’ 그 이상의 책임
보육 현장에서 원장의 역할은 단순한 운영자가 아닙니다.
매일 아침 교사들의 컨디션을 살피고, 오전에는 부모의 질문에 응답하며, 오후에는 불편사항을 중재하는 일과가 반복됩니다.
여기에 시설관리, 예산관리, 평가 대응까지 더해지면 하루는 훌쩍 지나갑니다.
원장은 **‘교사와 부모 사이에서 갈등을 조율하며, 아이들의 안정적 보육 환경을 책임지는 관리자’**입니다.
이 역할은 보이지 않지만, 소통을 통해 기관 전체의 공기를 만들어가는 핵심 축이기도 합니다.
바람직한 소통을 위한 제안 – 함께 만들어가는 신뢰
- 부모님께 드리는 말
-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문의 주세요. 다만 모든 질문에는 교사의 정서와 시간도 함께 들어갑니다. 아이의 하루를 중심으로 소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교사에게 전하는 말
-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하는 설명 하나, 응답 한 줄이 부모의 불안을 녹이는 열쇠가 될 수 있어요. 원장으로서 항상 여러분 편입니다.”
- 기관이 준비할 것들
- 알림장 외에 월간 Q&A 정리
- 주요 민원 대응 체크리스트 마련
- 교사-부모 소통 매뉴얼 공유
뉴스 속 이슈로 본, 원장의 책임 무게
2024년 초,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와 부모 간 갈등으로 인해 집단 민원이 제기되고, 해당 원장은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언론은 교사의 대응 미숙을 원인으로 보도했지만, 정작 원장은 “이해받지 못하는 조율자로서의 외로움이 가장 컸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보육의 중심에 있는 원장 역할의 중요성과 동시에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부모와 교사의 갈등은 원장이 ‘사람 사이의 허브’로서 얼마나 세심하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갈리게 됩니다.
좋은 소통은, 모두의 안정입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데에는 한 사람의 헌신보다, 모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질문은 관심이고, 교사의 설명은 전문성입니다. 그리고 원장의 중재는 사랑입니다.
원장은 늘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교사가 지치지 않고, 부모가 안심하며, 아이가 웃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결국 ‘소통’입니다.
그러니 오늘, 부탁드립니다.
단 한 문장이라도 더 믿고, 단 한 번이라도 더 여유롭게 바라봐 주세요.
그 따뜻한 배려가 어린이집 전체를 감쌀 수 있습니다.
보육은 혼자가 아닌, 함께의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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