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기관의 운영자, 그 무게를 들여다보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와 교사, 부모와 기관의 중심에서 모든 것을 조율하는 사람. 바로 어린이집 원장이다.
하지만 원장의 모습은 자주 교실 밖에 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확인하거나, 전화로 각종 기관과 소통하거나, 공문을 정리하고 제출기한을 맞추느라 바쁘다. 이 모습만 본다면 “원장은 그냥 행정만 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막중한 책임과 긴장감이 늘 함께한다.
1. 어린이집 원장에게 주어진 역할은 얼마나 많을까?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안내’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은 다음과 같은 업무를 총괄한다.
- 교직원 인사 및 복무 관리
- 보육 환경 및 안전 점검
- 급식 위생, 회계 운영, 예산 편성
- 각종 행정 시스템 입력 및 점검 대응
- 학부모 소통과 민원 대응
- 보육프로그램의 질적 관리
실제로 원장은 인사담당자, 회계 담당자, 행정실무자, 소통 중재자, 위기관리 책임자의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강화된 ‘재무회계규칙’은 원장이 회계사 수준의 이해를 갖추지 않으면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공공지원 보조금, 인건비, 시설비 정산, 카드 사용 결의서 작성까지 모두 원장의 손을 거쳐야 한다.
2. 공문, 회계, 민원 – 하루가 모자란 이유
2024년 수도권 한 어린이집 기준, 한 달간 수신된 공문은 약 90건, 하루 평균 3~4건꼴이다. 이 중 80%는 48시간 이내 회신을 요구하며, 회계 보고 관련 공문은 증빙자료 누락 시 반려되어 다시 제출해야 하는 일이 잦다.
여기에 학부모 상담 요청, 교직원 건강 문제, 시설 점검 요청 등이 발생하면 하루 일정은 단숨에 뒤바뀐다.
원장은 아이들과의 하루를 설계하는 관리자이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위기 관리자다. 한 아이의 다툼이나 식사 거부, 교사의 감정 소진, 부모의 문의 한 통도 모두 원장이 책임지는 범위 안에 있다.
3. 원장은 어린이집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리더다
어린이집의 분위기와 운영 철학은 원장의 리더십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존중과 따뜻함으로 대한다면, 그 배경에는 원장이 지속적으로 그 문화를 이끌고 지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원장은 교직원과 부모, 아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중재자 역할도 수행한다.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정서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의 안전과 정서를 우선으로 고려하며, 교사와 부모 양쪽의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
그렇기에 원장은 단순히 사무를 보는 ‘책상 관리자’가 아니라, 보육의 질을 지휘하는 중심축이다.
4. 오해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공감이 필요하다
"원장은 편하겠다."
"선생님들만 고생하신다."
이러한 인식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원장의 일은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의 하루를 결정짓는 중대한 일이다.
모든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유지하고, 아이들의 안전과 권리가 보장되도록 감시하며, 교직원의 목소리를 듣고 응원하는 일은 결코 가벼운 책임이 아니다.
어린이집 한 곳을 지탱하는 데는 교사의 헌신과 함께, 원장의 신중한 판단과 조율이 필수적이다.
원장이 지키는 자리, 그 무게를 알아야 한다
원장은 보육의 현장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리더다.
교사들이 웃으며 일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며, 부모가 안심하고 등원할 수 있도록 가장 뒤에서 모든 흐름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어린이집이 단지 아이를 돌보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의 첫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작은 사회’라면,
그 사회의 운영자는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교육 리더여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교사만큼이나 원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존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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