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잘 봐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보육교사를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 여기는 시선은 여전히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보육 현장은 단순 돌봄을 넘어, 교육·행정·정서적 지원까지 모두 아우르는 전문성과 복합성을 갖춘 ‘총체적 돌봄 시스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매일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고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보육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문제들을 뉴스와 통계를 바탕으로 살펴보고,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봅니다.
문제 1. 보육교사의 ‘정서노동’ 과부하
한국보육진흥원(2023) 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67.2%가 “감정 소진을 자주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같은 공공서비스 직군인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정서노동이 높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부모 민원 응대
- 교사 간 갈등 조율
- 아동 행동 문제 중재
- 관리자와의 관계 스트레스
보육교사는 단지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부모의 기대, 기관 운영까지 모두 조율해야 하는 ‘정서 관리자’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대부분 “감정 표현을 삼가고, 참는 것이 직업의 일부라고 생각한다”(2024 보육인 실태조사 결과)고 응답했습니다.
문제 2. 과중한 업무와 낮은 처우의 괴리
보육교사의 하루 평균 업무 시간은 9~10시간에 달합니다. 출근 후 곧바로 아동 인계, 안전 점검, 식사 및 위생 지원, 수업 준비, 놀이 지원, 알림장 작성, 회의, 청소 등 쉴 틈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월 평균 급여는 200만 원대 에 머무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민간어린이집은 인건비가 원장의 운영 방침에 따라 좌우되므로 급여와 근무환경의 격차가 심각합니다. 이에 따라 매년 약 30%에 가까운 교사 이직률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이들의 정서 안정과 교육 연속성이 끊어지고 있습니다.
문제 3. 어린이집 내 ‘불필요한 행정업무
보육교사가 아동 돌봄 외에도 매일 작성해야 하는 문서가 평균 10건 이상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알림장, 수업일지, 관찰기록, 평가제 문서, 가정통신문, 내부 회의록 등 교사들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하소연을 종종 합니다.
이런 업무 구조는 교사의 전문성을 살리기보다 ‘문서 생산자’로 만들고 있으며, 정작 아이와의 충분한 상호작용 시간이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문제 4. 부모와의 관계, 공감이 필요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보육교사를 신뢰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원하지만, 일부 민감한 요청이나 반복된 사적 연락은 교사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우리 아이만 따로 식단 바꿔주세요.”
- “하원 시간을 조금 늦춰주세요, 바빠서요.”
- “개인적으로 연락드려도 되죠?”
이러한 요청이 반복되면 교사 입장에서는 공정성과 업무 피로도가 동시에 위협받습니다. 교사는 전문가이며, 모든 아이에게 균등한 보육 환경을 제공해야 하므로, 부모와의 존중 기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요?
1. 교사 휴식 보장과 대체 인력 지원
2023년 7월, 서울시에서는 ‘보육교사 대체인력 지원사업’을 확대하며 교사의 연차 사용을 독려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국 확대는 미흡한 상황입니다. 교육부 및 보건복지부의 보다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합니다.
2. 감정노동 수당 및 심리상담 도입
전국보육노조는 매년 ‘정서노동 수당’을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의 감정노동을 제도적으로 인정하자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서울시, 인천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교사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3. 행정 간소화 – 디지털 시스템 전환
현재 일부 시범 어린이집에서는 AI 기반 보육일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교사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이는 곧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4. 부모와의 신뢰 기반 파트너십 문화
보육교사와 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문화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도 직결됩니다.
“우리 선생님, 요즘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언제든지 말씀 주세요.”
이런 작은 말 한마디가 교사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보육은 한 사람의 몫이 아닙니다
현장의 문제는 단지 ‘교사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육은 아이, 부모, 교사, 운영자, 행정기관 모두가 연결된 생태계입니다.
정서적 안정이 보장된 교사에게서 아이는 더 따뜻한 보살핌을 받습니다.
불필요한 민원과 서류에 덜 시달리는 교사는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함께 협력할 때, 아이는 가장 안정된 하루를 살아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 곁에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교사들,
그들의 노력이 공허해지지 않도록,
우리는 함께 고민하고 변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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