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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이야기

총놀이는 해로울까요? – 트리거. 영유아의 ‘탕탕’ 놀이, 부모가 알아야 할 것들

탕탕! 네가 나쁜 놈이야!”
“죽었어! 다시 살아나면 안 돼!”
“이제 네가 경찰이고 나는 도둑이야!”

요즘 유아반 교실이나 가정에서 자주 들리는 소리입니다.
아이들은 장난감 블록이나 나뭇가지를 총처럼 들고 ‘탕탕!’ 놀이를 하곤 합니다.

이럴 때 부모나 교사는 당황하거나, 급하게 제지하게 되죠.

“총은 위험한 거야”, “그런 놀이는 하면 안 돼”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총놀이 자체는 발달적으로 자연스러운 ‘상징놀이’입니다.
중요한 건 놀이를 무조건 금지하는 게 아니라, 놀이 속 의미를 이해하고 지혜롭게 개입하는 것입니다.

총놀이하는 남자유아들을 바라보는 교사

 




아이에게 총놀이는 단순한 ‘공격’이 아니다

영유아는 말을 배우고, 감정을 표현하고, 역할을 실험하는 시기를 지냅니다.
총놀이는 그 안에서 다음과 같은 심리적 의미를 가집니다.

  • 역할 놀이: 경찰과 도둑, 선과 악, 보호자와 공격자 등의 사회적 역할 구분
  • 통제력 실험: “네가 죽은 거야!”, “다시 살아나면 안 돼!” → 관계 조절과 규칙 설정
  • 감정 표현: 분노, 긴장, 공포 등 복합 감정의 표출과 해소
  • 모방 행동: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또래의 놀이에서 영향 받음

즉, 총놀이는 단지 ‘폭력성 발현’이 아니라 사회적 상징을 이해하는 과정 중 일부입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말할까?

서울대학교 아동발달연구소, 한국보육진흥원, 그리고 EBS 전문가 인터뷰에 따르면:

  • 총놀이를 전면 금지하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억압할 수 있음
  • 놀이 자체보다는 아이의 표현 방식과 태도를 살펴야 하며,
    “총은 안 돼”가 아니라 “이런 놀이 안에서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로 관점을 전환해야 함

 

총놀이가 지나칠 때의 위험 신호는?

놀이가 상호작용 기반으로 이뤄지고, 규칙이 설정된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위험 신호설명
지속적으로 ‘죽음’, ‘피’, ‘폭행’ 표현 반복 정서적 불안, 공포 경험 반영 가능성
놀이 중 타인에게 고의적 신체적 공격 분노조절 어려움, 폭력 행동 경향 가능
규칙·상호작용 없이 혼자 과몰입 감정 통제 부족, 관계기술 미흡 가능
주변 콘텐츠(게임, 영상)에 과도하게 노출됨 자극적 이미지에 무비판적 동화 위험
 

이런 경우 놀이를 관찰하며 조용히 대화를 유도하거나, 관련 콘텐츠 시청 습관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부모와 교사의 대처법 – 금지보다는 ‘유도와 조율’

아이의 놀이가 마음에 걸리더라도, 무작정 “하지 마!”라고 막는 건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놀이 속에서 감정·규칙·상호작용’을 가르칠 기회로 삼는 것이 현명합니다.

✅ 대처 예시 1 – 역할 재구성하기

🙅‍♀️ “총 놀이는 안 돼!”
👉 “너는 경찰이고, 나는 도둑인데 서로 약속 정하자~”

✅ 대처 예시 2 – 감정 명확히 말해주기

🙅‍♀️ “그렇게 하면 친구가 싫어할 수 있어”
👉 “이렇게 ‘탕!’ 하고 쏘면 친구는 진짜 맞은 것처럼 놀랄 수 있어”

✅ 대처 예시 3 – 놀잇감 전환 유도

🙅‍♀️ “장난감 뺏어버릴 거야”
👉 “이 총으로는 괴물을 쫓는 거 어때? 그럼 위험하지 않아~”


어린이집 현장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많은 보육 현장은 총놀이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놀이의 흐름과 정서 상태를 살펴가며 개입합니다.

  • 놀이 규칙을 함께 만들기: "한 번 맞으면 쓰러지는 거야~", "친구에게 진짜 손은 안 닿게 해요~"
  • 주제 중심으로 유도하기: 공공기관, 동화, 영웅 놀이로 전환
  • 정서 발달 관찰 일지 기록: 놀이 중 언행을 통해 아이의 스트레스 상태나 정서 반응 체크

실제로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총놀이나 괴물놀이를 활용한 연극 활동, 극놀이 수업도 긍정적 교육 방법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블구하고,  과도한 몰입과 공격성에는 ‘제지’가 필요합니다

총놀이는 유아의 상징적 역할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모든 총놀이가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감정 상태나 놀이의 흐름에 따라 정서적 불균형이나 실제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성인이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개입해야 합니다.

✅ 제지해야 하는 주요 상황

상황이유
놀이 중 친구를 밀치거나 물리적 접촉을 시도 실제 공격성으로 전이될 수 있음
“죽여버릴 거야”, “너 없어졌으면 좋겠어” 등 과격한 언어 반복 분노 상태가 놀이에 위장되어 표현될 수 있음
놀이 후에도 감정 조절이 되지 않고 울거나 소리를 지름 과도한 몰입으로 자극 상태 지속
놀이 대상이 친구가 아닌 교사나 보호자로 확대됨 현실·상상 경계가 흐려질 위험
 

이러한 경우, 아이의 정서 안정과 놀이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 ‘놀이를 멈추는 결정’이 필요합니다.
단, 무조건 금지하거나 혼내기보다는 아래와 같이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제지 시 교사·부모의 말 예시

  • “지금은 놀이가 너무 거칠어졌어. 친구가 다칠 수 있으니 잠깐 쉬자.”
  • “너무 화난 것 같아. 이 감정은 다른 방법으로 말해보자.”
  • “지금은 무서운 말보다는 도와주는 역할놀이로 바꿔보자.”

총놀이가 문제가 되는 지점은 ‘놀이 그 자체’가 아니라,
몰입의 강도와 방향이 공격성으로 흐를 때
입니다.
그 지점에서는 단호한 중단과 정서 회복을 위한 시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총놀이는 해롭다’는 오해를 넘어, 놀이의 진짜 의미로

총놀이는 단지 총을 쏘는 행동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 감정, 규칙, 상호작용을 배우는 놀이의 한 장면입니다.

부모가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제지하면 아이는 감정을 숨기고 억압하는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놀이를 통해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울 기회로 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놀이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아이가 만들어내는 ‘탕탕!’ 속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과 세계가 숨어 있습니다.

때로는 혼란스럽고 걱정될지라도,
그 안의 작은 신호를 읽고 부드럽게 조율해주는 존재,
바로 부모, 그리고 교사인 우리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기울여 들어주려는 그 순간부터,
이미 아이의 세상은 조금씩 평화로워지고 있습니다.

부디, 아이의 놀이를 이해하려는 ‘용기 있는 어른’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