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이에 그 정도도 못해요?”
“집에서는 다 잘하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왜 이러죠?”
“그건 교사 몫 아닌가요?”
어린이집 현장에서 흔히 들리는 부모의 말입니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칠 말일지 몰라도, 이런 한마디가 교사의 하루를 뒤흔들고, 교사의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큰 파동이 될 수 있습니다.
보육교사는 아이만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보육교사의 하루는 ‘감정’으로 시작해 ‘감정’으로 끝납니다. 아이의 기분을 살피고, 울음을 달래고, 놀이를 함께하며 웃고, 때론 아이의 행동 문제에 고민하고, 부모에게 아이의 하루를 정리해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흔히 소외되는 것이 보육교사의 감정입니다.
한국보육진흥원의 2023년 보육교직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보육교사의 67.4%가 “정서적 소진을 자주 경험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부모 응대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교사의 직무 만족도를 가장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부모의 말 한마디가 만든 파장
사례 ①
한 교사는 “아이의 낮잠 시간이 짧다”는 부모의 반복적인 지적을 들은 후, 아이에게 무리하게 낮잠을 유도하려다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상황까지 경험했습니다. 교사는 자책감에 시달렸고, 이후 아이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례 ②
다른 교사는 “선생님이 바빠 보여서 아이가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라는 한 문장에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스스로 돌보지 못한 건 아닌지 반성하다가, 결국 몇 주 후 정신적 번아웃으로 병가를 내야 했습니다.
이렇듯 ‘의도하지 않은 한마디’가 교사에게는 깊은 흔적이 되고, 이는 곧 보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교사 존중 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교사는 전문직입니다. 국가자격증을 보유하고, 아동발달과 안전, 의사소통 교육 등을 이수한 후 현장에 투입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교사의 권위나 전문성보다 "아이를 맡아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먼저 작동합니다.
OECD(2022) 자료에 따르면, 한국 보육교사의 사회적 인식 수준은 참여 28개국 중 24위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그만큼 교사의 전문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구조는 제도 밖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부모의 인식에서도 시작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 한마디는 단순한 예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교사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보호막이며, 동시에 아이에게 긍정적 정서를 전달하는 간접 교육이 됩니다.
아이는 부모와 교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유아는 감정에 민감합니다. 부모가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교사에게 편안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교사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들은 아이는 무의식중에 ‘선생님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는 곧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력 저하, 사회성 발달 지연, 교사-아동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모가 교사에게 긍정적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고, 교사에게도 더욱 열린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교사와 부모의 관계는 곧 아이의 정서 안전망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함께 만들어야 할 따뜻한 보육 환경
보육은 ‘나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하나의 교사는 여러 아이를 돌보고 있고, 어린이집은 공동체의 공간입니다. 부모 한 사람의 언행이 전체 보육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켜야 할 보육의 온도는 교사와 부모, 그리고 아이가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서로 존중하고 신뢰할 때, 아이는 가장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말 한마디가 아이를 키웁니다
보육교사는 사람입니다. 감정을 가진 존재이고, 아이를 사랑으로 대하려 노력하는 전문가입니다. 때로 지치고 흔들릴 수 있지만, 부모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다시 그들의 마음을 다잡게 해줍니다.
아이의 하루가 밝고 따뜻하길 원한다면, 교사와의 관계부터 다시 바라봐 주세요.
- “선생님, 고생 많으시죠.”
- “항상 감사드립니다.”
- “어려운 부탁일 수 있지만 말씀드려봅니다…”
이런 한마디가 교사에게는 격려가 되고, 아이에게는 정서 안정의 바탕이 됩니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라는 중심을 두고 한 방향을 바라볼 때,
진짜 보육의 온도가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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