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의 하루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침 7시 반, 아무도 오지 않은 교실의 조명을 밝히는 순간부터, 밤늦게 마지막 아이를 배웅하고 청소를 마치는 시간까지, 그 하루는 온전히 아이를 위한 시간이다.
아이의 표정을 살피고, 아침 식사를 못 한 아이에게 조금 더 간식을 챙기고, 때로는 조용히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정서를 결정짓는 일이 보육교사의 일과다.
많은 사람들은 “그냥 아이랑 놀아주는 일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보육교사의 하루는 세심한 배려, 반복되는 안전 점검, 그리고 감정을 조율하며 이루어지는 고도의 전문직이다.
이 글에서는 실제 어린이집의 하루 일과표를 기준으로, 보육교사 한 명이 겪는 진짜 하루를 시간대별로 정리해본다. 보이지 않는 책임감과 정성이 어떤 식으로 하루를 채우는지 알게 될 것이다.
7:30 – 아침 당직, 교실은 하루를 준비한다
보육교사는 당직일 경우 아침 7시 20분 이전에 어린이집에 도착해야 한다.
아직 아이들이 오지 않은 교실의 조명을 모두 켜고, 각 반을 환기시키며 공기청정기를 작동시킨다.
겨울이면 창문을 너무 오래 열지 않도록 주의하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창문 대신 공기 순환 기능을 활용한다.
이 시간은 단순히 ‘문을 여는 시간’이 아니다.
당직 교사는 그날의 보육 흐름을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교실 전체를 세팅하는 사람이다.
세탁기와 건조기 상태를 확인하고, 정리되지 않은 빨래를 마무리하며, 아이들의 가방과 복장을 하나하나 살핀다.
등원하는 아이가 있으면 얼굴의 상처나 컨디션을 눈으로 점검하고, 보호자와 눈을 맞춰 인사를 나눈다.
아이와 부모가 헤어지는 순간, 보육교사는 그 가족에게 오늘 하루의 정서를 대신 맡게 되는 사람이 된다.
9:00 – 오전 간식: 먹는 것보다 중요한 건 ‘보살핌’
오전 9시가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등원한다.
이 시점에 보육교사는 아이들이 손을 깨끗이 씻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어떤 아이는 아침을 안 먹고 왔는지 확인한다.
영유아는 간식량이 적절하지 않으면 오전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보육교사는 아이마다 식사량과 컨디션을 고려해 간식을 조절해야 한다.
뜨거운 죽이 제공될 경우, 선생님은 입으로 불지 않고 핸디 선풍기로 식혀주는 안전 수칙을 지킨다.
음식이 옷에 묻을 경우 영아는 교사가 직접 닦아주고, 유아는 스스로 닦을 수 있도록 기다린 뒤 마무리를 도와준다.
이 간단한 일상 속에서 보육교사는 자율성과 보호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다.
10:00 – 실내 자유놀이 & 전이 활동: 교사의 눈은 쉬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유놀이를 하는 시간, 교사는 그저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다.
보육교사는 끊임없이 아이의 기분, 행동, 말투, 눈빛을 관찰하며 이상 징후를 찾아낸다.
또래 간 갈등이 생기려 하면 바로 중재하고, 상황에 따라 개입의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놀잇감으로 인한 다툼,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 기저귀 점검, 휴식 공간 활용 등 모든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정리 시간에는 갑작스런 종료가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정리 음악을 틀고 유아가 자율적으로 정리하도록 유도한다.
이 시간의 핵심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감정을 존중하는 관찰자'로서의 교사다.
11:00 – 바깥놀이: 즐거움 속에 숨어 있는 긴장감
실외 활동은 아이에게 자유를 주는 시간이다. 하지만 보육교사에게는 가장 긴장감이 높은 시간이기도 하다.
교사는 미아방지 팔찌를 착용시키고, 도로가 가까운 위치에서는 항상 차가 오는 방향을 주시하며 서 있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뛰며 웃는 것 같지만, 보육교사의 시선은 항상 주변 위험 요소에 집중돼 있다.
안전사고는 단 1초의 방심에서 시작된다.
그 짧은 순간을 막기 위해 보육교사는 늘 땀을 흘린다.
11:30 – 점심 식사: 식사 시간도 교육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보육교사는 아이들이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절대 강요하지 않으며, 편식하는 아이에게는 먼저 먹어보며 흥미를 유도한다.
"선생님이 먼저 먹어볼게~ 음~ 정말 맛있다! 00도 한 번 먹어볼래?"
이런 대화는 식사 교육이자, 정서적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식사 후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식판을 정리하고 자리를 닦도록 유도하며, 자율성과 책임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12:30 – 낮잠: 보이지 않는 섬세함의 시간
낮잠 시간은 휴식 같지만, 보육교사는 한 번도 긴장을 풀지 않는다.
교사는 이불이 얼굴을 덮지 않도록 조정하고, 아이의 몸이 식지 않도록 온도와 조명을 조절한다.
자다가 깬 아이는 다독여주고, 너무 피곤해 보이는 아이는 조금 더 쉬도록 배려한다.
모든 아이가 자는 동안에도 교실을 비우지 않고, 정적 속에서도 끊임없이 관찰한다.
15:00 – 오후 간식 & 특별활동: 에너지 회복과 확장
오후 간식 시간에는 잠에서 막 깬 아이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후엔 체육, 음악, 미술 등의 특별활동이 이어진다.
교사는 활동 참여를 강요하지 않으며, 아이가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손을 내민다.
활동 중 갈등이 생기면 즉각 중재하고, 아이의 흥미도와 참여도를 기록해 부모와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17:00 – 하원 준비: 하루를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시간
보육교사는 아이의 얼굴과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부모님과의 짧은 소통을 통해 아이의 하루를 요약해준다.
"오늘 00이가 기침을 조금 했어요. 저녁에 살펴봐 주세요."
이 짧은 한마디가 아이의 건강과 다음날 컨디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소지품 누락이 없도록 꼼꼼히 챙기고, 애착 물건도 잊지 않고 부모에게 전달해야 한다.
18:00 이후 – 청소와 정리, 교사의 마지막 책임
아이들이 모두 하원한 후, 교실은 다시 교사의 손길로 정리된다.
청소, 교구 정리, 매트 정비, 그리고 다음날 수업 준비까지 마치고 나서야 교사는 퇴근할 수 있다.
그날 있었던 특이사항은 운영일지에 기록되고, 교사 간 공유가 이뤄진다.
이 모든 작업을 끝낸 후에야 진짜 ‘하루’가 끝난다.
“하루를 움직이는 것은 사랑과 책임감입니다”
보육교사의 하루는 시계의 분침보다 더 세밀하게 움직인다.
이 직업은 단순히 아이를 ‘맡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전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섬세한 조율의 연속이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사실은 가장 중요한 교육이다.
이 글을 통해, 교사의 하루가 단순한 루틴이 아니라, 매 순간 아이를 위한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선생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법 만들어주세요 "보육교사 번아웃 방지법” — 지금, 우리 아이를 지키려면 교사를 먼저 지켜야 합니다 (0) | 2025.07.03 |
---|---|
“정서노동 수당, 왜 보육교사에게는 당연이 있어야 되지요 ?”— 아이의 웃음을 지키는 교사의 마음에도, 보호가 필요합니다 (0) | 2025.07.03 |
모든 어린이에게 안전한 어린이집 만들기: 보육교사가 어린이집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 강령 (0) | 2025.06.29 |
<보육교사실무> 사진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스마트 알림장의 다양한 활용법 (0) | 2025.06.28 |
<보육교사실무> 스마트 알림장 사진, 이렇게 촬영하고 보관하세요! (0) | 2025.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