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 – 맥스 반 마넨(Max van Manen) 지음, 학지사, 2014년
'가르침'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
우리는 ‘가르침’을 너무 당연하게 여깁니다. 교육과정, 수업 목표, 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곤 하죠. 그러나 네덜란드 출신의 교육철학자 **맥스 반 마넨(Max van Manen)**은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에서 이 단순한 개념을 철저히 해체하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교육적 만남’이라는 깊은 인간 경험으로 다시 정의합니다.
전문적인 교사 교육을 고민하는 제게 이 책은 단순한 실천 지침서가 아닌,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텍스트였습니다.
책의 메시지 – 교육은 ‘전술’이 아니라 ‘촉(觸, tact)’이다
반 마넨이 던지는 가장 인상 깊은 개념은 바로 **“교육적 촉(tact)”**입니다. 이는 지식이나 기술보다 관계의 감각, 아이의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사의 태도를 뜻합니다.
그는 교사는 지시하거나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과 의미 형성을 섬세하게 도와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촉은 수업계획서로 완전히 포착될 수 없으며, 순간적인 판단, 애정 어린 반응, 깊은 인간 이해에서 비롯됩니다.
인상 깊은 가르침과 개인적 사례
1️⃣ 교육적 만남은 ‘예측 불가능한 살아 있는 관계’
책에서는 교사가 아이에게 던진 말 한마디,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의 표정 하나에서 교육적 의미가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수많은 사례로 설명합니다.
이를 읽으며, 유아교육 현장에서 한 아이가 낯설고 무서운 물놀이 시간에 울음을 터뜨리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매뉴얼대로라면 설득하거나 환경을 바꾸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은 아이 곁에 조용히 앉아 “괜찮아. 준비되면 말해줘”라고 말하고 기다렸습니다. 결국 아이는 10분쯤 후 스스로 걸어 나왔고, 그날 이후 물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반 마넨이 말하는 교육적 촉의 순간임을 책을 통해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2️⃣ 교사는 완성된 존재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사람’
반 마넨은 교사가 늘 ‘모든 것을 아는 존재’일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아이와 함께 탐구하고 질문하는 자세가 교육적으로 더 풍성하다고 봅니다.
이는 어린이집 실습생과 교사들과 함께 하는 회의 중 자주 느끼는 부분입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건 나도 잘 모르겠어. 우리 같이 찾아볼까?”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었고, 그 순간 아이들은 ‘함께 배우는 어른’이라는 신뢰를 더 크게 표현하곤 했습니다.
실천적 통찰 – ‘교사됨’의 재정의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통찰은 **“가르침은 통제가 아닌 배려”**라는 사실입니다. 교육과정과 결과 중심의 압박이 강한 현실에서, 반 마넨은 다시금 교사의 정체성을 ‘존재와 태도’로 확장시켜줍니다.
실생활에서 저는 다음과 같은 실천을 시작했습니다:
- 수업 전, ‘오늘 내가 아이에게 진심으로 주고 싶은 감정은 무엇일까’를 떠올립니다.
- 실습생이나 신규교사와의 피드백에서도 ‘정답 제시’보다 ‘느낌 묻기’를 통해 스스로의 교육 촉을 키우도록 도와줍니다.
- 교실에서의 작지만 중요한 순간들—예컨대 아이가 눈을 피하거나 말이 없을 때—그 신호를 관계의 요청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합니다.
🧭 장단점, 추천 대상, 세 줄 요약
✅ 장점
- 교사의 존재 의미를 단순한 ‘지식 전달자’에서 ‘인간적인 배움의 동반자’로 심도 있게 확장
- 실제 교육 장면과 이론의 조화를 통해 철학과 실천을 연결함
-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섬세하고 깊이 있어 독서의 여운이 길다
❗단점
- 교육 철학적 개념이 많아 교육학 초심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음
- 실천 팁이나 구체적인 교수법이 많지는 않음
🎯 추천 대상
- 유아교육, 초중등, 고등교육을 막론한 현장 교사
- 교사 교육 및 리더십을 고민하는 원장, 교육전문가
- 실습생, 예비교사, 또는 교육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고 싶은 독자
✍️ 세 줄 요약
-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는 교육을 지식 전달이 아닌, 아이와의 깊은 관계 맺기와 존재적 만남으로 재정의한다.
- 반 마넨의 ‘교육적 촉’ 개념은 삶 속에서 가르친다는 행위가 갖는 인간적인 차원을 되살려준다.
- 교사와 교육자는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잘 가르칠까’보다 ‘어떤 사람으로 아이 곁에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가르침은 기술이 아닌 감각이며, 태도이며, 존재다.”
이 책은 교사의 손에 들려야 할 철학서이자, 교실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인간학적 안내서입니다.
지금 가르치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은 조용히 묻습니다
.
“당신은 어떤 존재로, 아이 곁에 머물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