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가 불신의 도구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 부모가 먼저 이해해야 할 것들
어린이집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부모로서는 안심하고 아이를 맡기고 싶은 마음에
CCTV 열람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당연함’이 어느 순간부터
불신과 간섭의 수단이 되고 있다면,
그건 결코 아이를 위한 방식이 아닙니다.
CCTV는 아이의 안전을 지키는 수단이지
교사를 감시하고,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감시와 보호는 다릅니다
CCTV는 본래 아이가 다쳤을 때,
위험한 상황이 있었을 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보호의 도구’입니다.
하지만 일부 보호자들은
영상 속 교사의 말투, 표정, 손짓까지 분석하며
마치 감시하듯 영상을 해석하려 합니다.
이런 시선이 반복되면
교사는 긴장 속에서 위축되며,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실시간 열람은 교사를 감시하고 아이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실시간 CCTV를 스마트폰으로 보고 싶다는 부모의 요청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울 때마다 연락하거나
짧은 장면만 보고 상황을 오해하는 일이 반복되면
보육 현장은 더 이상 ‘아이 중심’이 될 수 없습니다.
교사는 카메라를 의식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감정 표현조차 자제하게 됩니다.
그 결과 보육의 질은 떨어지고
아이도 위축되고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평온한 하루를 위해서는
오히려 부모의 ‘한 발 물러남’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신뢰는 모든 걸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믿는 데서 시작됩니다
보호자 입장에서 아이의 하루가 궁금한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CCTV 영상으로 모든 걸 확인하겠다는 태도는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겠다’는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영상 요청이 반복되면서
교사가 심리적 피로를 호소하고
아이가 교사의 긴장감을 감지해
행동 변화가 나타난 사례도 있습니다.
신뢰는 정보를 쌓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함께 만든 관계 속에서만 자라납니다.
교사도 존중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보육교사는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달래고, 먹이고, 씻기며
정서적, 신체적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에 함께하는 중요한 양육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CCTV가 감시 수단으로 사용되면
교사는 직무 만족도가 떨어지고
감정노동은 늘어납니다.
결국 아이와의 상호작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도 보호받아야 합니다.
보호자의 눈높이에서 교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서 교사를 다시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어린이집은 아이를 보호하는 공간입니다.
그 보호의 핵심은 ‘신뢰’입니다.
CCTV는 그 신뢰를 도와주는 장치일 뿐
그 자체가 관계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보호자가 교사를 믿고,
교사가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진정한 보육이 완성됩니다.
의심보다 대화,
감시보다 신뢰,
불안보다 이해가 앞설 수 있다면
아이도 더 평화롭고 안정된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지금, 부모로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교사를 믿고 함께하는 마음’입니다.